2011년 3월 28일 월요일

전력 80%가 원자력인 프랑스는 지금

일본의 원전이 지진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위험으로 치달으면서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각국에서는 원전 철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원전이 많은 나라이므로 원전 안전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프랑스가 보유한 원전 센터는 19개, 이곳에 있는 원전은 58기다. 일본의 55기보다도 더 많다. “당신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부터 300㎞ 거리 내에 원전 센터가 있다고 보면 된다”라는 지적이 나올 만큼, 원전은 프랑스 시민 가까이에 존재한다. 게다가 전력의 80%를 원전에서 공급받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핵발전소 반대를 주장하는 정치권 목소리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유럽환경당과 녹색당 연합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에바 졸리는 프랑스 뉴스 채널 ‘아이텔레’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패러다임은 바뀌었다. 일본처럼 원전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나라에서 발생한 사고는 원전이 안전하다는 신화를 깨부수기에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당 생각은 다르다. 국민투표에 반대한다. 원전 설치에 반대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전력의 4분의 3을 원전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하루아침에 에너지 정책을 바꿀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회당은 국민투표 대신 프랑스 원전 센터에 대한 감사를 벌여 문제가 있을 경우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의 이웃 나라 독일에서도 환경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원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핵발전소가 있는 독일 남서쪽 도시 네카페스트하임에 모여든 수만명이 인간 사슬을 만들어 원전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좌파 및 환경운동가들은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202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로 회귀하겠다고 밝힌 정책을 비판하며 원전 반대를 주장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이처럼 원전 반대 목소리가 높은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문만은 아니다. 25년 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남긴 비극의 잔상이 아직 선명하기 때문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프랑스에서는 방사능 물질이 프랑스 영토로 진입했는가, 프랑스 국민은 안전한가 하는 문제로 논란이 일었다. 당시 프랑스 전리방사선 안전센터 책임자 펠레랑 교수는 공중파 채널 TF1 인터뷰에서 “낙진 위험은 원전센터 근처에 있는 지역에만 해당된다”라고 밝혔다. 이는 ‘구름은 프랑스 국경에서 멈출 것이다’라는 말로 요약되었다. 그러나 2002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낙진은 프랑스 북부 일부 지방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체르노빌 공포’ 25년 만에 되살아나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도 프랑스 내부에서는 원전 사고와 관련한 안전성에 문제 제기가 계속되었다. 한편 체르노빌 사고와 갑상선암 증가의 상관관계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갑상선암 환자들이 시라크 정부를 법원에 고소하기도 했다. 2006년 프랑스에서 체르노빌 사고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프랑스인 중 5%만이 체르노빌과 사고 위험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1986년의 공포가 2011년 되살아났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 확산되고 있지만, 프랑스 정부가 원전에 기초한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언론을 통해 프랑스 원전 기술의 우수성에 대한 확신을 드러내며, 현재 진행 중인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일시적인 제동이 있을지라도 이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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